iPhone X 사용기

화면

우선 화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아이폰이 나오고 나서 약 십 년 만에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상하단 베젤이 거의 없는 베젤리스 아이폰을 구현했죠. 몰입감이 굉장히 좋습니다.

게다가 아이폰 최초로 OLED를 채택했다고 합니다만 사실 화면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저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입니다. 다만 트루톤 디스플레이는 미묘하게 색을 맞춰주는 게 보이는데 대단하더군요.

다들 M자 탈모로 열심히 까던 분위기였는데 시선은 애시당초부터 M자 탈모 부분을 보지 않습니다. 가운데 화면을 보죠.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M자 노치가 완전히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상단바 영역이 제한되면서 배터리 퍼센티지가 사라졌죠. 변경된 부분을 처리하면서 버그가 나타나기도 했죠. 이 부분은 iOS 11 부분에서 다룰겁니다.

하단 베젤을 없애면서 홈버튼도 없애 버렸습니다. 대신 스와이프 동작을 채택했죠. 이게 과연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안드로이드처럼 화면 바깥에서 동작을 수행하는 것보다 몰입감 측면에서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저는 어느 쪽이냐하면, 쉽게 적응은 했는데 글쎄스러운 상황입니다. iOS 5시절부터 Zephyr (유투브 영상)라든가 iOS7 시절 Tage (유투브 영상) 라든가를 써왔거든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은데 이게 홈버튼보다 직관적이고 편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건 사람들이 굳이 화면의 중앙까지 올리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불편하다고 합니다만, 앱스위쳐는 조금만 밀러올리더라도 잡고 있는게 관건입니다. 굉장히 반직관적이죠. 사용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건 좋은 사용자 경험과 거리가 멀다는 뜻입니다.

FaceID

홈버튼을 없앴으니 TouchID도 없습니다. 대신 FaceID라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채택했죠. 전면의 트루뎁스 카메라가 3만 개의 점을 찍어서 인증을 하고 학습을 한다고 합니다.

애플 말로는 다른 사람이 FaceID로 잠금을 해제할 가능성은 백만 분의 일이라고 하면서, 쌍둥이들은 예외로 두었죠. 게다가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모자 간에 잠금해제가 된 사례라든가 심지어 중국 강소성에서는 직장 동료의 얼굴로 잠금해제한 사례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FaceID가 과연 TouchID보다 보안 측면에서 우수한 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지문은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조차 일치하지 않거든요.

사견이지만 아마 애플은 본인의 동의없이 잠금이 해제되는 경우를 막고 싶었던 겁니다. FaceID에는 카메라를 쳐다봐야 잠금이 해제되는 옵션이 있거든요. 인증 과정에서 자연스레 본인이 동의를 화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체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연 FaceID로 바꾼 게 잘한 건가요? 아니요

TouchID의 단점은 손에 물이 묻거나 비는 손이 없으면 잠금을 해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FaceID는 확실히 이 부분에서 강점이 있지요. 대신 FaceID는 마스크를 쓰는 등 얼굴의 일부를 가리는 경우에는 쓸 수 없습니다. 지난 번에 감기 때문에 실험을 해보니 마스크를 인중 언저리까지 올려도 인식을 하더군요. 그 이상은 힘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쌤쌤이죠.

그런데 FaceID는 적외선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쓸 수 없다고 니다. 태양을 등지고는 못 쓴다는 뜻이죠. 그리고 지문과 다르게 얼굴은 수시로 모양이 변합니다. 미묘하게 말이죠. 누워있다거나 잠을 잘못 자서 얼굴이 부으면 인식률이 확 떨어집니다. 겨울에 마스크를 쓰는 경우는 아예 말할 가치조차 없습니다. 책상 위에 아이폰을 놓고 있는데 알림이 오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위로 얼굴을 숙여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잠시 보여주고 나면 인식 실패가 누적되면서 FaceID가 비활성화되고 결국 비밀번호를 누르게 하죠. 페더리기가 무대에서 당했던 것처럼요. 계속 인공지능으로 얼굴을 학습하지만 iOS 버전을 올리고 나면 다시 처음부터 학습을 시켜야 합니다. 결코 달가운 상황이 아닙니다.

잠금해제 속도가 느리다는 불평도 있던데 그건 아이폰에 조금 억울한 감이 있습니다. 알림 내용이 1차적으로 가려지고 얼굴을 대야 내용을 확실할 수 있다보니 잠금 해제는 동작이 한 단계 더 필요한 거죠. 만약 얼굴이 인식되면 자동으로 잠금해제가 되도록 했으면 잠금화면에서 알림 내용을 못 보게 했다고 불평했을겁니다.

트루뎁스 카메라가 실리면서 한 가지 기능이 더 늘었는데 애니모지입니다. 한국어로는 애니모티콘이라고 하더군요. 재밌긴 한데, 한 번 쓰고 이후로는 안 쓰고 있습니다. 신기한 쓰레기, 저에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네요.

카메라

아이폰의 카메라는 대체로 무난했습니다. 찍으면 찍는대로 찍어주고, 샤오미같은 딜레이도 없습니다. 갤럭시 시리즈나 픽셀 시리즈와 비교해서 어느 게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인물모드가 누끼를 잘 딴다고 해서 시험을 해봤는데 글쎄요. 원래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 아니라서 말이죠. 아무래도 좋습니다. 어쩌면 좋다는 말을 듣고 기대를 너무 많이 했는지도 모르죠.

iOS11

아이폰X의 하드웨어가 준수하다면 이걸 말아먹는 건 iOS 11 입니다. 반쯤 농담 삼아서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 무덤에 가서 하루에 한 번씩 도게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iOS 7으로 넘어가면서 스큐어모피즘을 갖다버린 후부터 iOS의 거슬리는 버그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마 이전에 스큐어모피즘 시절에도 버그는 분명히 많았을 겁니다만 플랫 디자인을 적용한 후부터 눈에 부쩍 띄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그 눈에 띄는 게 문제니까요.

일단 상단바가 오락가락합니다. 기존과 다르게 우상단에 아이콘을 욱여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배터리는 아이콘만 나오고 배터리 퍼센트를 보기 위해서는 제어센터를 열어야 합니다. 대단히 불편하죠. 배터리 아이콘이 간간이 사라지는 버그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블루투스 연결이 간당간당하는 것도 불만입니다. MacID나 mi band처럼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죽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아이폰X에서 독에서 폴더 생성이 안 된다는 겁니다. [영상] 결국 1. 독에 있는 아이콘을 홈화면으로 꺼낸다 2. 홈화면에서 아이콘을 겹쳐 폴더를 만든다. 3. 폴더를 다시 독에 집어넣는다 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원래는 한 단계로 되는 작업을 말이죠.

소재

iPhone X와 8부터는 글래스 후면을 선택했습니다. 동시에 무선 충전이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깨질 수 있는 부분이 앞면과 뒷면으로 늘어난 점은 불만입니다. 항상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요즘에는 사설 수리도 만만치 않죠. 리퍼는 거의 새 픽셀 2 가격과 맞먹습니다.

그런데 애플은 후면을 유리로 바꾼 이유로 무선 충전을 들었습니다. 애플이 잘하는 짓 중 하나가 최신 기술을 바로 적용하지 않고 해당 기술이 무르익은 후에야 적용하는 건데, 그리고 그동안 그런 정책에 크게 불만이 없었음에도, 이번만큼은 이 왜 이제서야? 싶을 정도로 편합니다. 충전을 위해서 케이블을 꽂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짓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거죠. 마치 TouchID가 등장한 후에 잠금 해제를 위해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짓이었는지 깨닫는 것처럼요.

나머지

사람들이 볼 때마다 묻는 건 그래서 좋느냐 입니다. 글쎄요. 워낙 샤오미가 문제가 많았어서 공평한 비교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까지는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만.

특히 한-영-중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최근에 키보드 변경 방법을 바꾼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Sougou 입력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림센터를 내리는 번거로운 짓을 한 번 더 해야 했기 때문이죠.

아이폰X의 가장 큰 문제는 흉악한 가격입니다. F717이 먼저 쓴 표현인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999에서 시작해서 $1149까지 올라가죠. 과연 저 흉악하기 짝이 없는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갤럭시 S8이나 아이폰8, 픽셀이나 OnePlus 대신 아이폰X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애플이 $1000라는 가격표의 심리적 제한을 깨버렸으니 2018년에 나오는 스마트폰의 가격이 볼만할 겁니다. 마치 아이폰 7에서 3.5 이어폰 잭이 없어진 후에 줄줄이 3.5 이어폰 잭을 없애고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