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Pro 2. 바로 위에는 그 전에 쓰던 Matias Laptop Pro가 살짝 보입니다.

[2018-12-18 추가]

USB-C 단자를 쓰는 건 장점입니다. 어두운 곳에서도 케이블을 꽂는데 뒤집을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하지만 C타입이라고 해서 충전 속도가 그리 빠르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어차피 꽂아놓고 쓸 거니 패스.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버튼을 누르면 상단 숫자 열에 1부터 0까지 초록-빨강으로 표시되어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두세 시간 정도 빡세게 쓰니까 한 칸이 닳더라구요. 전체 사용 시간이 2~30 시간 정도 된다는 건데, 생각만큼 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것도 꽂아놓고 블투로 연결해서 쓸 거니 패스.


금요일에 배송이 되었던 Anne Pro 2를 들고 왔습니다. 근무지로 배송을 시켰는데 하필 연가 쓴 날 도착하다니.

하루 써보고 완전한 평가를 하기는 힘들지만 대략적인 첫인상이라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안 그러면 아예 블로그에 기록이 안 남을 것 같아서요.

일단 상당히 특이한 레이아웃입니다. 텐키리스 중에서도 60% 레이아웃이죠. 사실 지금 근무지에서 쓰고 있는 Plum75도 60% 레이아웃이지만(상단 F1 키열을 제외하면) 이건 하우징도 확 줄인 터라 더 작은 느낌입니다.

특히 상단 특수키 열을 숫자 열과 통합하면서 ESC 키가 내려왔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ESC 누르는 감각이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안 눌린다 그런 건 아닌데 평소보다 훨씬 손가락 안 쪽에서 눌리기 때문에 흠칫흠칫합니다.

키는 일부러 적축을 시켰는데 만족스럽습니다. 집에서 쓰더라도 늦은 밤에 쓰는 일도 많고 빠르게 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조용하고 손가락에 부담이 가지 않는 쪽을 선호하거든요. 맥미니에서 쓰는 Plum84나 근무지에서 쓰는 Plum75 모두 35g인데 이것도 비슷하게 가볍고 조용히 칠 수 있습니다.

좀 의아한 건 엔터 키만 키가 좀 먹먹하다고 해야 하나.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알아챌 정도로 다르네요. 자체 특성인지 설계 특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딱히 신경 안 쓰는 제가 느낄 정도면 음.

소프트웨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건 DIP 스위치 같은 걸 지원하지는 않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개별 키 배열과 LED 배열을 모두 소프트웨어에서 설정할 수 있죠. 더 마음에 드는 건 macOS용 어플리케이션과 리눅스 어플리케이션도 있었다는 거. 데비안 패키지 파일은 솔직히 상상도 안 했는데 놀랐습니다. Plum 키보드는 윈도우 용만 있었는데.

다만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은 그럭저럭인 듯 합니다. 초기에 포장 뜯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시도했는데 기기 인식을 못해서 식겁했었거든요. 다행히 몇 번 뽑았다 꽂으니까 다시 정상적으로 인식해서 무사히 설정을 마칠 수 있었는데 철렁한 순간이었죠. 사실 Plum 소프트웨어보다는 낫습니다. 음음.

개별 키 커스터마이징은 대충 상상할 수 있는 게 거의 들어가 있다고 보면 대충 맞습니다. 화살표나 미디어 제어 키도 배치 가능하구요. 좀 특이했던 건 Fn 키가 Fn1, Fn2로 두 종류가 있어서 조합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60% 레이아웃에 Fn 키를 두 개 씩이나 넣을 공간이 있는가, 그리고 그걸 넣어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개인 편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못해요. Fn1이랑 Caps Lock 조합했을 때 Fn2로 넘어가도록 하면 괜찮을지도.

다만 Plum 키보드에서 볼 수 있었던 마우스 제어는 없습니다. 급할 때 그럭저럭 요긴하게 쓸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LED도 변화하는 후보군을 선택할 수 있는 대신 그런 경우에는 기본 배경색을 개별지정할 수 없는 듯힙니다. 맨 위 사진에서 보시듯이 저는 오른손이 위치하는 3열에 LED 관련 설정 버튼을, 2열에 블루투스 설정 버튼을 배치해놓았기 때문에 여기를 LED로 표시를 해놓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점멸 LED 후보군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죠.

사실 Anne Pro 1세대가 유명세를 탔던 것 중 하나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2세대에서는 모바일을 버린 모양입니다. 앱스토어 열어보니까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게 2년 전이네요. 뭐 사실 이 정도면 들고 다니면서 스마트폰이네 태블릿에 붙여 쓰기에는 살짝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기계식 키보드를 들고 다니는 게 그만큼 효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해서 없다고 해서 불만이라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키 사이즈는 일반 사이즈 같은데 묘하게 손이 꼬이는 게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그렇다고 무슨 어고노믹 키보드처럼 학습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고 약간의 적응 시간만 있으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자기 입맛대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쓰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면 매우 추천할만한 키보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