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에 대한 단상

아이폰 3.5 파이 제거 논란으로 여러모로 시끄럽습니다. 아래 같은 영상도 보이구요.

개인적으로 마치 사실인 양 제목을 적어놓고 영상 말미에 뭐 내 생각은 그래 하는 것에 찬동을 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아무튼. 로열티 얘기는 상당히 그럴 듯 해 보입니다. 밑지는 장사는 할 이유가 없는 법이죠.


3.5 파이를 없앤 걸 두고 용기장삿 속이네 하는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용기는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그게 정말로 편리한지는 차치하고. 아 물론, 정말로 편하긴 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1을 일 년 반 가까이 사용한 사람 입장에서 이제는 유선 이어폰은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정작 쓰면 또 잘 적응해서 씁니다만. 유선 이어폰이 무슨 지하철 승차권 마냥 불편했던 게 아니니까요. 자동차 시동을 걸 때, 키를 꽂고 돌려서 걸던 것과 버튼식 시동을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편한 게 있는 마당에 굳이 불편한 걸 찾아가는 버릇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습니다. 물론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면요.

무선 이어폰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많이 겪습니다. 학교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다가 음식이 나오면 핸드폰은 자리에 두고 음식을 받아옵니다. 그동안 10m 남짓의 거리에서 이어폰은 계속 음악을 재생해 줍니다. 사실 카페나 식당은 중간에 장애물이 있는 경우가 드무니까, 거의 20m까지도 신호를 전송하긴 합니다만 아무튼. 또는 운동을 하는데 이어폰은 귀에 핸드폰은 손에 있다거나 하는 식이죠. 무게없는 10m짜리 선을 가진 이어폰인 셈입니다. 보관중에 꼬이거나 중간에 걸리거나 할 일이 없죠. 정말로 편해요. 물론, 분실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그 외에도 무선 이어폰은 단선의 위험이 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어폰에서 가장 단선이 잘 일어나는 부분은 플러그 부분과 Y자 갈라지는 부분인데 무선 이어폰에는 모두 없는 부분이니까요. 아 물론 MMOVE Bluetooth Earbud는 호주머니에 넣고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이어피스 부분이 부러졌지만 말이죠. 단선은 없지만 파손은 있다 정도 되려나요.

대신 무선 이어폰은 충전을 해주어야 하죠. 이게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충전할 기기가 날로 늘어나는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집에 와서 충전할 기기만도 너댓 개가 넘어가는 상황이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핸드폰, 이어폰, 노트북, 아이패드, 보조배터리까지 다섯 개군요. 여기에 스마트 워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워치까지 충전을 해야 하는데 일일이 플러그를 꽂는 것도-애플 워치는 무선 충전이니 얹기만 하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꽤나 귀찮은 작업입니다. 편하려고 무선 이어폰을 샀는데 정작 충전은 유선으로 해야 한다니!

게다가 무선 이어폰은 연결이 불안정한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보통 걸어다닐 때에는 이어폰을 끼고 걸어다니는데 전파가 강한 구역-지하철 개찰구라든가-이나 바람이 심한 구역-신촌 현대백화점 부근-이나 사람이 많거나-신촌- 하면 여지없이 신호가 끊기더군요. 음악이라는 게 잠시만이라도 끊기거나 지지직하면 꽤나 짜증이 나던데 개인적으로 블루투스 4.1이나 A1에서는 이걸 어떻게 개선했는지 궁금합니다. 개선이 안 되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분실의 위험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arin이나 에어팟같은 완전 무선 이어폰에서 특히 유의할 사항이겠지만 크기가 작다보니 조금만 주의가 분산되어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Earin도 에어팟도 각자 고유의 케이스가 있음에도 아래같은 시나리오가 쉽게 상상이 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지는 확신하기가 어렵네요.

뛰고 있는데 귀에 땀이 차기 시작합니다. 잠시 귀에서 이어폰을 꺼내고 땀을 닦으면 좋겠습니다. 귀에서 이어폰을 꺼내려는데 손에서 미끄러진 이어폰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또는

이어폰을 듣고 강의실(아니면 사무실)에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이어폰을 빼놓고 화장실에 가려고 합니다. 시간을 보니 강의 시작(아니면 업무 시작) 2분 전입니다. 급하게 이어폰을 귀에서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돌아섰는데 이어폰이 책상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화장실에 갔다 와보니 이어폰 한 쪽이 보이지 않습니다.

라든가. 다분히 억지로 만들어 낸 시나리오이긴 합니다만 이런 일이 정말 없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지켜본 트친 분께서 이렇게 적으셨더군요.

여하튼 이제는 ‘용기’를 낼 시간입니다. 덕분에 저는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주방일을 보지 않아도 되고 어딘가 케이블이 걸릴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요. 고정전화(집전화)가 휴대폰이 됐고, 유선 랜이 무선 랜이 됐습니다. 제가 처음 무선랜 장비를 살때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6자리 단위였지만 이제는 클라이언트라면 무선랜이 기본적으로 내장 안된 휴대용 컴퓨터나 디바이스가 드물고, 공유기도 사양에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면 10만원대 이하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 긴글이 주장하고 싶은 사실, 그것은 ‘용기’가 최종적으로 향할 곳은 자유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면 우리는 이 자유를 당연하게 여길지 모릅니다.

- 푸른곰의 모노로그 | 선을 자르는 용기에 대한 생각

저는 처음 IT 쪽에 관심을 가진 이래로 집 네트워크 구성을 쭉 무선으로 설정해왔습니다. 무선 구성을 당연히 여겼기에 할 수 있었던 이고 얼마나 멍청한 선택이었는지 깨닫기까지 근 5년이 꼬박 걸렸지만요. 그리고 이번 달 중순에 결국 컴퓨터들만이라도 유선으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용기의 가장 마지막 도달점은 자유라는 말에 세상 누구보다도 동의합니다. 정말로 자유로워요. 하지만 그 자유가 과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회의적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이어폰-또는 헤드폰. 이 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요. 곧 겨울이니. 아니 에어팟을 먼저 사게 되려나-을 살 때 어느 쪽을 살거냐고 묻는다면 주저않고 무선 이어폰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게 웃픈 점이기는 합니다만…


  1. 이하에서는 그냥 무선 이어폰이라고 부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