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m mini84 keyboard를 사기까지

서론

배경이야기이니 건너뛰실 분은 클릭하시면 되겠다.

원래 쓰던 키보드는 Matias Laptop Pro였다. 맥용 배열에 기계식, 그리고 블루투스였던 점이 이 키보드를 사기로 결정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당시에는 메인 컴퓨터로 맥 미니가 아닌 맥북 에어를 쓰고 있었으니까, 연결과 해제가 자유로운 블루투스 키보드가 강점으로 작용했을테다. 찾아보니 Matias는 3월 22일에 주문해서 4월 3일에 받았다.

문제는 맥 미니가 생기면서부터였다. 5월 8일에 중고로 산 맥 미니가 5월 19일에 도착했고1 맥 미니에 물려 쓸 모니터가 20일에 도착하면서 블루투스 키보드는 단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2

Matias Laptop Pro에 대해 짧게 평해보자면 자체로는 썩 좋은 키보드라고 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키가 좀 무겁다는게 불만이기는 했지만 일단 키 배열이 맥용 배열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받아갔다. 그리고 가격에서 다 깎아먹었다.

동생이 게임용 키보드를 두 벌 -갈축과 적축-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키보드의 특성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살 때는 안 써본 키보드를 사보고 싶었다. 키보드를 타건해보러 가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마는 그 정도로 열성적이지는 못한지라귀찮아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키보드를 살 요량이었다.

이런저런 키보드를 보다 보니 정전용량식 키보드가 재밌어 보였다. 일단 이름이 길잖아(?) 그리고 LED도 들어가고, 유선 연결에, 미니 키보드. 종합해보니 아래와 같은 조건이 나타나게 되었다.

바라는 것도 많다 양심이 없네

위에서부터 나열하다보니 두 번째와 네 번째가 양립하는 물건이 없었다. 국내에도 서양에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쌌다.

그래서 LED를 제외하고 맥용 배열을 집어넣어서 찾아보니 두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 Happy Hacking Professional 2, 기왕이면 Type-S, 그리고 Leopold FC660C. 사실 둘 다 맥 전용은 아니고 딥 스위치로 왼쪽 기능키들을 맥용 배열과 동일하게 구성할 수 있는 거였지만.

그러다 이런 놈을 보게 되었다: Royal Kludge RC930-87 RGB. 정전용량식, 미니 사이즈, LED 키보드에 가격도 터무니없이 저렴했다. 뭐 나중에 알고보니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더라마는 어찌됐든. 이걸 사야지 마음먹은 순간 다른 녀석이 또 나타나더라. Plum mini84였다. 그냥 mini84로 가기로 했다. 3

그리고 중간에 끼어든 Ajazz Ak33 청축 이야기는 지난 번에 풀었으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갈 요량이다.

둘이 동시에 주문을 했건만 하나는 China Post를 통해서, 나머지는 AliExpress shipping을 통해서 배달이 되었고, 전자가 거의 일주일 가까이 먼저 도착했다. 정작 기다리던 물건은 일주일이나 늦게 도착했다. 어째서인지 트래킹에는 AliExpress shipping 대신 Swedish Post로 뜨더라. 대체 왜 중국에서 출발했을 물건이 스웨덴 포스트를 통해서 오는 것이며 싱가폴까지 내려갔다가 홍콩을 거쳐서 올라오셨는지 알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도 물류량이 없는 건은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 인천에서 출발해도 대전hub를 거쳐 서울로 오는데, 대륙의 사이즈답게 국제적으로 내려갔다 올라오시나보다.

아무튼 이전 포스트에도 말했듯이 시켜놓고 잊고 있으니 시험 전전날에 도착했다. (한숨) 시험 전에 키보드 느낌을 느껴볼 여유는 없었고 시험 끝나고 느낀 점을 간략히 적어놓는다.

키감

사실 정전용량식 키보드는 처음 써보는 거라 다른 키보드에 비교할 수도 없고, 키보드를 딱히 많이 써본 것도 아니니 어떻게 비교할 수는 없겠다만[^comparison] 처음에는 아주 어색했다. 직전에 청축을 써서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청축 특유의 딸깍거리는 소리와 촉감에 비했을 때 정전용량식은 내가 키를 눌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자는 도각거림이라고 평하는데 전혀 공감할 수가 없어서 역시 키보드가 싸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 들은 표현을 들으니 아주 틀린 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정말 조곤조곤 말하는 느낌이다. 이제는 청축 주고 쓰라면 못 쓸 것 같은 느낌.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는데 의외로 리뷰 글이 없다. 그래도 유투브에 영상은 몇 개 있어서 가져와봤다.

660c와 비교한 영상인데 660c보다 많이 조용하다. 35g이라서인지도 모르겠다.

35g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정말 가볍다. 어느 정도냐면, 넋을 놓고 모니터를 보면서 마우스를 클릭클릭하다가 갑자기 글자가 입력되기 시작한다. 화들짝 놀라서 키보드를 보면 타이핑하다 미처 떼지 않은 손이 키를 누르고 있다. 이 정도로 가볍다.

토프레 클론 어쩌고 하는데 이 분야는 문외한이니 딱히 할 말이 없다. 외국 리뷰어의 말을 빌리자면 완충 패드가 변조된 노바터치의 가벼운 축의 느낌 쯤 된다고…

내 개인적으로는 폭신폭신한 적축 또는 저항없는 멤브레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LED

이 키보드를 산 세 가지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LED 백라이트였으므로… (먼산

기본 세팅으로는 빨강-초록-파랑-노랑-보라(분홍)-청록-흰색-꺼짐 총 8가지의 배경색이 있고, Meteor Shower과 Ripple/Aurora 두 가지의 효과가 각기 두 개의 변형으로 있다. 따라서 기본 세팅에서 가능한 총 조합 수는 32가지. 효과에서 나타나는 LED 색은 랜덤이며 Fn+방향키 조합으로 밝기나 주기를 설정할 수 있다. 프로그램으로 커스텀 모드를 따로 설정할 수 있으며 fn + 조합으로 커스텀 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커스텀 모드에서는 자기 맘대로 색을 정할 수 있는데 스트로크할 때 켜지는 색은 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여기문법오류

아 프로그램은 판매자에게 부탁하니 설명서와 함께 받았다. 다른 판매자는 어떤지 모르겠다.

쓰다보니 알게 된 점이지만 LED 쪽에서 은근히 눈에 거슬리는 게 몇 가지 있는데

1. 흰색 백라이트에서는 이펙트가 떨어진다.

다른 건 좀 덜한데 백라이트가 흰색인 경우에는 도드라지게 백라이트가 꺼지는 현상이 보인다. Meteor의 경우에도 백라이트가 완전히 꺼졌다 돌아오고 Ripple의 경우는 특히 뒤에 잔물결이 남는 것처럼 키보드 전체에 걸쳐서 꺼지는 게 보인다. 사실 그 가격에 그 축에 그 정도만 해도 어디냐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마는…

2. 이펙트는 커스터마이징이 안 된다는 점

전술함

3. 전원이 모자란다?

외국 애가 적어놓은 글을 보면 제공되는 미니 USB 케이블이 아닌 다른 케이블과 연결하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반 정도만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지금 나는 이 글을 Ajazz AK31에서 나온 케이블로 연결해서 쓰고 있다. 그러니 키보드용 미니 케이블이면 충분할 것 같다.

혹시 위의 1번 항목이 케이블 탓인가 해서 바꿔보기는 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다. 기판(또는 회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원이 모자랄 일은 없다.(USB 포트도 없는데 LED 외에 전기 나갈만한 곳이 없는걸)

레이아웃

레이아웃이 꽤나 독특하다. 84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페이스바가 5.5 사이즈다. 이 키보드 말고 스페이스바가 5.5센티인 키보드는 Noppoo Choc Mini 키보드 뿐이라는 모양이다.4 덕분에 키캡 바꾸는 건 커스텀 제작이 필요하지 않으려나 싶다. 덕분에 국내 3D 프린팅 업체를 찾아보는 중.

그 밖에 특수키 배열이 꽤 맘에 든다. HHKB 같은 괴랄한 배열의 키보드가 방향키라든가를 이런 식으로 지정해놨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Fn키와 조합해서 특수키를 사용하게 해놓았다. 덕분에 모니터 받침대 안에 키보드를 집어넣고도 음악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정작 맨 윗줄 F1부터 F12까지는 이상한 기본키로 배열해놓음…

그 외에도 Windows용 레이아웃이어서 고달픈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결국 Karabiner를 설치해서 쓰는걸로…

키 맵핑

키 맵핑이 된다 카더라.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매뉴얼과 맵핑 프로그램을 달라고 하니 웹하드 계정이랑 비밀번호를 주었다.

크게 매크로 입력과 LED 입력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중국어는 모르겠고 영어도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LED는 RGB니까 설정하는대로 빛이 나오지만 모니터에서 보는 색과 실제 키보드에서 보이는 색은 달랐다. 꽤 많이.

fn + ` 조합으로 설정해 둔 LED를 켤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펙트가 없어진다


2016-07-15 보충

어찌어찌하다보니 써놓은 글은 올리지도 않고 계절학기에 들어가서 3주를 빡세게 구르고 나오니 벌써 7월 중순이다. 후딱 마무리짓는 기분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새로 주문한 키캡이 왔다하였다.

장점

글자가 LED를 켜면 보이게 되었다. 덕분에 불 끄고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이전에는 불끄면 LED를 켜도 글자가 흐릿하게 보여서 쓸 수가 없었다.

단점

사진에서 자세히 보면 스페이스 키가 바뀌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 스페이스 바를 대체할 수 있는 상용품이 없다. 따로 주문제작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 온 키캡을 톱으로 썰어서 어떻게 붙여볼 생각이다(?)

헌데 그 뿐만 아니고, \키와 오른쪽 Shift 키도 독자규격이다. 굳이 따지자면 tab키와 간격이 같다. (맙소사

버튼 위치 자체도 특이해서 Delete 키의 경우 움푹 들어가 있다.

결론: 키캡질은 절대로 못하겠다더라… 하지만 현재 상태에는 대체로 만족


Massdrop에서 공동구매를 한다는 모양이다. 중국어가 싫으신 분들은 기회가 될지도?


  1. 이래서 새로운 물건이 들어올 때 사진을 찍어두면 편하다. 출발 날짜는 웹에 남더라도 도착 날짜가 남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2. 블루투스가 왜 단점이 되느냐: 부팅과정에서 키보드가 개입하지 못한다. 부트캠프로 넘어간다거나 할 때 매우 불편하다. 그 외에도 Rootless를 비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안전모드로 진입해야 했는데 그 때 쓸 키보드를 갈아끼우기가 너무 귀찮았다. 결론은 귀찮았다. 

  3. 사실 noppoo 키보드 이야기도 듣기는 했지만 LED가 없다는 점에서 배제했다. 

  4. https://deskthority.net/wiki/Space_bar_dimensions#5.5units.28104.5mm_wide.2C_3_mounts.2C_43mm_apart.29